금식은 힘 덜어내기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외적과 맞서 싸울 능력이 없을 때 예루살렘 성전 뜰에 모여 금식하며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밥 한 공기라도 더 먹고 없던 힘도 짜내야 할 판에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밥을 굶었다. 그리고는 찬양하며 전쟁터로 나아갔다. 능력 있는 신앙생활의 원리는 효과적인 운동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모든 운동에 두루 통하는 원리가 있다. 힘을 빼야 파워가 생긴다. 골프의 파워는 클럽 헤드의 스피드에서 나온다는데,힘을 잔뜩 주고 빠르게 휘두르는 방법이란 없다. 테니스 라켓은 새를 잡듯이 가볍게 쥐어야 한다. 너무 세게 쥐면 새가 죽고, 지나치게 느슨하면 날아간다. 죽지 않고 날아가지 않을 만큼 쥐는 것이 요령인데, 힘 빼는 것이 쉽지 않다. 힘을 빼지 않아도 좋은 운동의 예를 나는 알지 못한다.
겸손도 힘 빼기이다. 법조계의 전설적인 인물 김흥섭 대법원 판사가 행색이 초라하여 시외버스에서 경찰에게 검문을 당했다. 무엇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판사입니다” 공손하게 답했더니 “판사는 무슨 판사냐”는 거친 반응이 돌아왔다.그 분 여전히 공손하게 “판사를 판사라 하지 무어라고 합니까?” 신분증을 보인 뒤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겸손은 자기를 덜 생각하는 것이다. 내게서 자기를 좀 덜어내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주님 말씀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마지막으로 한 마디. 테니스를 치며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힘을 빼느라고 뺐는데 그게 힘을 뺀 게 아니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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