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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길 2_ 강연호

최근에 감동적으로 읽은 시입니다.


잘못든 길이 나를 빛나게 했었다 모래시계는

지친 오후의 풍광을 따라 조용히 고개 떨구었지만

어렵고 아득해질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마저 가야할 어떤 약속이 지친 일생을 부등켜 안으리라

생각했었다 마치 서럽고 힘들었던 군복무 시절

제대만 하면 세상을 제패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욕망의 신록이 지금 때절어 쓸쓸한데

길 잘못 들수록 오히려 무모하게 빛났던 들끓음도

그만 한풀 꺾였는가, 미처 다 건너지 못한

저기 또 한 고비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구릉이여

이제는 눈 앞의 고비보다 그 다음 줄줄이 늘어선

안 보이는 산맥도 가늠할 만큼은 나이 들었기에

내내 웃목이고 냉골인 마음 더욱 시려오누나

따숩게 덥혀야 할 장작 하나 없이 어떻게

저 북풍 뚫고 지나려느냐, 길이 막히면 길을 버리라고

어차피 잘못 든 길이 아니더냐고 세상의 현자들이

혀를 빼물지만 나를 끌고가는 건 무슨 아집이 아니다

한 때 명도와 채도 가장 높게 빛났던 잘못 든 길

더 이상 나를 철들게 하지 않겠지만

갈 데까지 가보려거든 잠시 눈물로 마음 덥혀도

누가 흉보지 않을 것이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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