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을 하나님께로 밀쳐 놓은 감이 있지만, 나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하지 못하다. 청빙위원들 앞에서 “저는 적당히 게으른 사람”이라고 이실직고하며 담임목사로 부임하였다. 그 버릇이 지나쳐서 지난 해에는 연초 담임목사 컬럼에 달랑 글 한 편을 올린 채로 세말을 당했다. 올해는 좀더 바지런히 글을 써 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딸이 떠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다른 글을 쓰기가 힘들어서 체면 불구하고 다듬지 않은 예내 이야기를 한 꼭지 올린다.
음악 평론가 이강숙이 퍽 오래 전에 “클래식은 영혼을 정화시키고 대중가요는 우리를 위로한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양희은이 불렀고 최근에 한영애가 자기 색깔을 입혀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노랫말을 읊조려 본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사랑이 끝난 것도 이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빛이 바래는 것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잠시 세상이 멎기도 하고...
개를 데리고 나갔다
예내 하얀 차
Roxy 그 앞에 앉았다
예내 없다
정지 화면
나뭇잎 흔들려
세상 여전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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