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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라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어 성장한 후 워싱턴 주 상원의원이 된 신호범씨가 주한 미국대사 물망에 올라 최종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어느 편을 들겠습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당신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면 누구 편을 드십니까? 한국은 나의 어머니 나라(모국)이고 미국은 나의 아버지 나라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국 쪽에 서겠다는 분명한 의사 표시가 없어서였는지 그는 한국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미국 시민권 인터뷰를 할 때 더러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국 시민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선뜻 미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우리가 미국에서 시민권을 얻어 이 나라 사람으로 살아도 그것이 곧 조국을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운동 경기를 할 때 우리 자녀들은 어느 나라를 응원할까? 미국을 위해 핏대를 올린다고 이를 나무라며 너는 한국 사람이라고 일갈하는 것이 그들의 정서를 고쳐 주는 데 도움이 되겠는가. 나는 지금 너도나도 세계화를 부르짖는 마당에 시류에 뒤쳐진 사람처럼 편협한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화란 것도 단단한 지방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환상이기 십상이다. 세계화란 자기 것 없이 지구촌에 나서자는 말이 아니라 성숙한 자기 것을 가지고 민족주의의 답답한 울타리를 넘어 사해동포주의자가 되자는 말일 것이다. 세계가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나쁜 대로 쉽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사는 한 동네처럼 되었으니 말이다.


어떤 사람이 어느 민족에 속해 있는가는 언어나 신앙, 음식이나 가락 같은 것을 잣대로 해서 흔히 결정되지만, 학자들이 그런 논의의 마지막 부분에 말하듯이 민족적 소속감은 결국 본인의 결정에 달린 일이다. 자기가 미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 민족 소속을 판단하는 모든 기준이 무너지고 그는 결국 미국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 살면서도 어느 정도 한국에 소속감을 갖게 하려면, 한 자락 본인의 고백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더라도 언어나 문화를 꾸준히 가르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미국에 사는 우리 자녀들에게 토요일마다 한글과 우리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퓨전의 시대에 두 문화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이 한 문화권에서 자란 아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두 개를 연결하라.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비빈 뒤에야 절묘함이 드러나는 비빔밥의 경우가 우리 자녀들에게도 적용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찬양한국문화학교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큰 일 하고 계신다는 말씀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은 2009년 8월 이후 매주 한 편씩 여덟 번에 걸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교단 신문인 "기독공보"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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