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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나 나나

2019년 1월 5일 업데이트됨

삶이 어디 구구절절이 설명 가능하던가. 정체를 감추고 들이닥치는 일이 많으니 인생을 바로 보기가 어렵다. 교통사고로 어머니, 아내, 자식을 한 자리에서 잃고 두살바기가 포함된 세 아이와 함께 세상에 남은 이가 힘겨운 과정을 지나며 마음을 추스려 써 낸 책의 이름이 “변장한 은혜”였다. 그는 상실이 주는 고통이 다 지나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고통과 더불어 사는 법, 고통을 껴안고 성장하는 법을 터득했을 뿐이다.


시각장애인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식어가 ‘장애를 극복한’이다. 그 힘들고 불편한 장애를 무슨 수로 극복한단 말인가. 되돌릴 수 없으니 그저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 뿐이다.” 그의 말처럼, 살다 보면 그저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용기를 가진 적도 잃은 적도 없다. 인생은 용기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거다.” 역시 그의 말이다. 신앙이 나를 지탱해 주겠지만 내가 신앙을 지탱해야 할 때도 없지 않다.


나는 지난 주일에 딸을 잃었다.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은 그럴 듯한 수사가 아니다. 정말 가슴 한 켠에 묵직한 것이 들어 앉아 있다. 하루 종일 예내 생각, 혼자 있으나 함께 있으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난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도 눈물이 흐르고, 식탁에서 기도를 하다가도 울고, 이래서 울컥 저래서 울컥이다. 일 당하고 하루 이거 쉽지 않겠구나, 퍽 오래 가겠구나 싶었던 데 비하면 이제는 그런 마음이 많이 가셨다. 어차피 한 두 해에 청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마음이 힘든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지만, 툭 털어버리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러고 싶지 않다. 신학자 한스 큉의 말대로 그리스도인은 고난을 피해 가는 길을 알지 못하지만 고난을 헤쳐 나가는 길은 알고 있으니, 그만하면 다행이지 않은가. 나는 이제 아들을 잃으신 적이 있는, 같은 처지의 하나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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