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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로교에서 배운다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인데도 아직 그 날의 노회 광경이 기억에 생생하다. 텍사스에서 목회할 때 나는 180개 교회를 회원으로 둔 미션노회 소속이었고, 거기 속한 한인교회가 셋 뿐이었다. 그 날은 동성애자 안수 문제를 다루는 표결이 있는 날이었다.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사람들이 10명씩 차례로 나와서 각 3 분 동안 발언하였다. 자기 차례를 기다려 앞에 나와서는 조목조목 따져가며 자기 주장을 전개하는 중에 더러 열을 내기도 하고 더러 흥분하기도 하였다. 나는 그 날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는, 이른바 바이블 벨트라고 불릴 만큼 경건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텍사스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견해를 묻는 안건이 55대 45%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는 결과를 보고 놀랐다. 또 하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처럼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회의의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였다.그 회의가 끝난 뒤에 나는 단 한 사람도 토론 중에 주고 받은 이야기를 다시 화제 삼아 말다툼을 벌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지난 번 총회에서 동성애자 안수 문제가 통과 되었으나 노회 수의과정에서 부결되어 미국장로교에서 동성애자가 목사가 되고 장로가 되는 일은 당분간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동성애자들의 본거지인 샌프란시스코노회에서 그 안이 부결된 것이다. 그 노회에 속해 있는 한인교회들이 열심을 내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후문을 들었다.


미국장로교는 대의정치를 교회 운영 원리로 삼고 있다. 장로와 안수집사는 교인들의 대표로 구성된 공천위원회의 공천을 받아 공동의회의 과반수 표를 얻어 3년을 시무하게 된다. 그런 뒤에 다시 같은 과정을 거쳐 3년직 장로와 안수집사에 선출될 수 있으나 계속 6년을 시무한 뒤에는 반드시 1년을 쉬어야 한다. 말하자면, 미국장로교에서 장로나 안수집사는 3년직이다. 우리 교회만 해도,공동의회에서 투표 결과 장로나 안수집사로 선출되면, 아무개 아무개가 3년직 장로와 안수집사로 선출되었다고 발표하곤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안수집사를 거쳐 장로가 되면 다시 안수집사로 일하지 않지만, 미국장로교에서는 장로로 시무하던 사람이 그 다음에 다시 안수집사회에서 일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다가 다시 공천을 받아 장로가 되어 당회에서 시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니까 그이는 장로이기도 하고 집사이기도 하다. 교회가 일정 기간 그를 장로의 자리로 부르면 그는 그 기간 동안 장로이고, 교회가 그를 집사의 자리로 부르면 그는 그 기간 동안 집사이다. 그러면 그는 장로인가, 아니면 집사인가? 교회는 그를 장로로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 집사로 불러야 하는가. 그것은 조금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여기는 아무도 아무개 장로라 부르지 않고 그저 이름을 부르는 사회이니 직함을 지나치게 소중히 생각하는 우리와는 그 정서가 퍽 다르다.


미국장로교의 규례서는 대표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다룬다. 장로나 안수집사도 인종이나 성, 연령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그래서 여자 장로의 수가 보통 반쯤 되고, 장애인이 많은 교회의 경우에는 그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도 장로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우리 교회의 경우 공천위원회는 당회에서 파송한 두 사람, 안수집사회 대표 한 사람, 그리고 나머지 4 사람은 장로와 안수집사가 아닌 평신도 중에서 연령을 대표하여 선출된다. 미국장로교에서는 원칙적으로 교우들의 의사에 반하여 영원히 속썩이는 시무 장로는 있을 수가 없다. 그 다음에 공천하지 않거나, 공천을 받았더라도 표를 주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 이 글은 2009년 8월 이후 매주 한 편씩 여덟 번에 걸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교단 신문 기독공보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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