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말의 쓰임새가 변하고, 그 말이 주는 느낌도 달라진다. 미국에 건너 왔더니 자신을 Born again Christian이라 소개하는 사람이 많아 귀에 거슬렸다. 크리스찬이면 됐지 다시 태어난 크리스찬이란 무엇인가.
크리스찬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다시 태어나 신분이 달라진 사람인 것을.. 의미 중복인데도 크리스찬에 굳이 본어갠을 덧붙여 쓰는 사람들은 그저 일 년에 몇 번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것으로 크리스찬 행세를 하는 사람들과 자기들을 한 데 섞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이렇게 일 년에 세 번만 간신히 교회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러 세 절기의 머릿글자를 따서 etc. Christian이라 했다. 기타 등등 그리스도인이라! 우스개 치고는 퍽 잘 된 경우이다. 그러다가 그들 중 일부는 어느새 성탄절을 잘라 먹고 ET Christian으로 변신했다. 외계인 같이 기괴한 사람들이다. 전에는, 교회에 다니지만 아직 그리스도인이라 하기에 미진한 것이 있는 사람들을 church goer라고 했는데, 이제는 일 년에 몇 번 얼굴 비치는 것으로 성도 행세를 하는 사람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교적 좋은 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구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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